“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막상 직접 보니까… 제가 아무것도 몰랐다는… 걸…. 흑흑.”

원래 울보다. 〈달려라 하니〉 마지막 회를 보며 눈이 퉁퉁 부었다. 치과에 가도 울고, 선배한테 혼나도 운다. 그리고 춘천소방서 동행 취재(〈시사IN〉 제361호 ‘동료를 잃고 나는 구하러 가네’)가 끝난 7월31일, 소방관들을 앞에 두고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또 울었다.

동행 취재를 한 1박2일 동안 ‘파블로프의 개’처럼 뛰어나갔다. 천장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출동음에 자동 반응했다.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다가 그대로 달리기도 했다. 휴대전화 벨소리 비슷한 것만 들려도 수첩과 펜을 챙겼다. 소파에 앉아 눈을 붙이려 해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이게 사는 건가’ 혀를 내둘렀다.


곁에서 지켜본 소방관은 ‘오뚝이’ 같았다. 다행이지만 허탕을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비 오는 날 텐트에 고립됐다는 신고를 받고 달리던 중 ‘차로 피신했다’는 전화를 받고 돌아오는 식이었다. 화재 신고를 한 닭갈비집 주인은 ‘불 다 껐는데 뭐 하러 왔냐’며 면박을 주었다. 그래도 그들은 신고 때마다 일사불란하게 차에 올라탔다.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긴장된 표정으로 구형 방화복을 입었다.

그들에게 인력은 늘 아쉽고, 장비는 늘 불안하다. 누군가 휴가를 내면 당장 정원에 구멍이 난다. 벌집 제거에 쓸 방충제마저 “예산이 없으니 민원인에게 부탁하라”는 얘길 듣는다. 설상가상으로 민원 신고는 폭증했다. 밤마다 술 취한 이들이 119를 찾는다. 앰뷸런스 천장에는 ‘폭행과 폭언을 하지 말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달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급하지 않은 출동에 제한된 인력이 움직이다 보니, 목에 사탕이 걸린 아이가 제때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일도 생긴다.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고 이은교 소방관은 ‘현장직’임이 자랑스럽다며 명함에 휴대전화 번호만 적고 다닌 이였다. 부유한 지자체에 소속된 국민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가난한 지자체에 소속된 국민은 그렇지 못한 현실에 분노해 인권위에 진정을 하기도 했다. 그가 SNS에 남긴 단말마 같은 비명이 이 지독한 ‘사고 공화국’에서 어느새 희미해져가는 듯해 아프다.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전하시냐고요. 별 차별 없이 살고 계시냐고요.’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